책에 대해 끼적거림

82년생 김지영 - 여혐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김지영들에게

블루스타킹♪2017. 7. 5. 10:47

 

 

 

여자친구들끼리 모이는 자리에 가면 단지 여자이기 때문에 당하는 갖은 고난 성토가 늘 안주거리가 된다.

여자라서 진급에서 밀리거나, 아이를 가졌다고 얘기하니 상사는 앞에서는 축하한다 해놓고 다른 직원들에게 00이 임신해서 짜증난다고 한다거나, 출퇴근길에 성희롱당한 이야기는 예사이고, 운전하다가 사고가나면 여자라서 무시당한다. 직장에서 여자들은 어쩔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자조적으로 늘어놓다가 점차 옛날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대학교때 짝사랑남의 고백을 거절했는데 술을 잔뜩먹고 큰소리로 화를내서 무서웠던 경험, 스토킹 당했던 이야기, 남자선생님들의 은근한 성추행. 교복아래 속옷까지 검열했던 이야기, 꽉 조이는 H라인 교복치마때문에 체육복 바지로 갈아입고 공부하면 여자답지 못하게 무슨꼴이냐며 손바닥을 맞았었고, 부모님은 남동생에게는 통금시간이라는 말을 해본적이 없지만 우리는 딸이라서 통금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학교 야자 10시에 끝나서 친구들과 군것질 사먹고 11시에 들어가면 혼이나고 남동생은 11시 넘어 들어와도 일찍들어와라 라는 말만 들었었다.

그럼에도 우리 부모님들과 학교와 미디어들은 이제 여성상위시대라며 큰물에서 크게 놀아야 리더가 된다고, 여자가 남자보다 똑똑하고 공부도 잘하고 좋은 대학에 많이간다고 추켜세웠었지.

우리는 이제 안다. 그거 다 거짓말인거. 시대가 변했지만 여자의 삶은 엄마시대에서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고, 우리의 딸들도 그럴 것이라는 것을.

82년생 김지영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모두 공감할만한 이야기이지만 특히 80년대생 여자들은 핵공감할 이야기다.

위에 이야기는 내 경험이지만 이 책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않는다. 벗어나길 바라면서 끝까지 읽었으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그래서 슬프다.

부디 이 책이 여자들보다 남자들에게 더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국은 여자대통령도 나온 남녀평등사회 아니냐는 그런 헛소리 좀 안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단단하게 성차별이 굳어져있는 사회인지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단 한가지라도 내 주변에서 변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하는 사회가 되어야 나아가 내 아내와 딸들이 사람답게 행복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가 생기는 것이라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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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끼적거림이 누군가에겐 피안의 세계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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