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상담실장 이야기

병원 상담실장 글을 모두 지웠다.

블루스타킹♪2018. 1. 16. 12:22


병원 상담실장에 관해 쓰던 글을 모조리 지웠다. 마음 한편에 계속 내리누르던 양심이 결국 발동되어 내 손가락으로 하여금 삭제 버튼을 누르게 만들었다. 나는 누구를 위해 이 글을 쓰려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병원 상담실장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안내서가 될만한 글을 쓰고 싶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쓴 글은 원장님들이 기대하는 실장에 대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으므로 미련 없이 글들을 지운다.

병원 매출이 오르면 분명 제일 큰 이득을 보는 것은 오너인 원장님이다. 그렇다면 실장들이 병원이 잘되기 위해 일하는 것이 원장님을 위한 봉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전혀 아니다. 실장님들이 병원에서 기량을 다 발휘해 일하는 것은 병원 밖의 생활 때문이다. 모든 직업군이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1% 정도의 극소수만이 일이 너무 좋아서 일 하는 것 자체를 즐기면서 할 수 있을 테지만, 그 이외 대부분에 속하는 우리들은 퇴근 후의 생활을 위해 10시간 남짓 일터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미 실장으로 근무하는 우리들은 그 시간들을 인내의 시간이 아닌, 좀 더 재밌고 보람차게 보내기 위해서 일을 잘 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공부를 하고 자료조사를 하고 역량을 업그레이드시킨다.

병원실장 일에 대한 소명을 나의 삶의 기준이 아닌 오너의 기준에 맞추면 소모품처럼 쓰일 수밖에 없다.


처음 병원실장이 되려는 사람들은 꼭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왜 내가 병원실장이 되고 싶은지, 꼭 되어야만 하는지 목적이 정확해야 한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환자들에게 봉사하기 위해서, 여자 직업으로 괜찮아 보여서, 자신이 영업을 잘해서,
이런 이유들은 일하는 보람이나 동기는 될 수 있을지언정 절대 목적이 될 수 없다.
처음부터 잘못된 목적을 잡고 일한다면 번아웃증후군(Burnout syndrom: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에 걸리는 것은 시간문제.

퇴근 후의 행복한 내 삶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차적으로는 비교적 이 일에 적성이 맞는 사람이 병원 상담실장을 선택하는 것이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더욱 좋은 선택 이리라 본다.


내가 쓴 글로 인해 막연했던 부분이 해소되길, 이 길 위에 있는 모든 분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다시 한번 시작해봐야겠다.

물론 이 작업은 나의 행복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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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끼적거림이 누군가에겐 피안의 세계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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