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세월을 끼적거림

악몽

블루스타킹♪2016. 7. 15. 10:09

 

 

 

줄곧 같은 악몽을 꾼다. 얼굴모르는 낯선 남자에게 쫓기는 꿈. 평범한 꿈을 꾸다가도 느낌이 싸해서 뒤를 돌아보면 언제나 얼굴이 지워진 그가 쫓아오고 있었다. 영문도 모르고 내달렸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 헉헉대면서 뛰고 또 숨었다. 제대로 도망가서 남자를 따돌리는 일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코 앞까지 그림자가 다가와 거의 들킬만한 순간에 진저리를 치며 잠에서 깨면 어찌나 몸에 힘을 빡 주고 있는지, 땀은 또 어찌나 쏟고 있는지. 꿈이었다 하는 안도감은 금세 사그라들고 짜증이 밀려왔다. 이마에 젖어 달라붙은 머리를 거칠게 쳐내며 일어났다.

 

 

꿈 속 내내 그토록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고 뛰어다녔으면서도 깨어나면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굳은 근육을 꼼지락거리며 펴줬다.  어디론가 전화해서

 

나 지금 엄청 무섭고 짜증이 난다! 

 

고 알려서 푸르스름한 새벽의 산통을 깨고도 싶었다.

숨소리도 좀 고르게 되고 어둠에 눈이 적응이 돼서 시계를 보았다. 애매한 시간. 일어나기에는 많이 이르고 다시 자기엔 촉박한 시간인 것은 늘 변함이 없다. 다시 자면 같은 꿈을 이어 꾸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나는 출근해서 고통스럽게 졸린게 더 무서웠으므로 억지로 비척비척 젖은 잠자리로 다시 들어갔다. 사회계약관계로 묶여있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에는 절대로 졸린 머리를 푹신한 무엇에 댈 수 없다는 것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든다. 비참한 것은 악몽보다 더 두려운 공포이다. 하루종일 손을 쓰는 일을 하느라 등 근육이 항상 아프다. 앉아서 혹은 서서 졸다보면 근육이 더 많이 아프다. 고통스러움이 예상되면 그것도 공포스럽다. 

 

넌 참 무서운 것도 많다

 

무심히 던진 애인의 말이 떠올랐다가 눅진하게 베갯잎 사이로 사라진다.

아침햇빛이 야금야금 창문을 물들이고 있는 것을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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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끼적거림이 누군가에겐 피안의 세계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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