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을 끼적거림

나무의 얼굴.

블루스타킹♪2020. 10. 28. 11:51



나무를 구경하며 걷다가
새삼 몸통 부분이 굉장히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무마다 매우 다르다는 걸 알게됐다.

아마 나무의 얼굴이 있다면
이 부분이 아닐까 싶어
남겨 본 사진.




아. 얘는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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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끼적거림

맛소금 팝콘과 성산일출봉 맥주

블루스타킹♪2020. 10. 27. 11:33


오늘은 너무 진하게 힘든 날이었다.
진상 환자 몇 명 때문에 일 끝나니 녹초가 되더라.
아니 왜 병원에서 큰소리로 통화를 오~~래 하는 거죠?
치료받으러 와서 핸드폰에서 눈을 못 떼고 의료진을 기다리게 하는 거죠?
할말하않....
전화로 처리해야 할 업무도 있었는데
응대하는 직원마다 왜 이리 까칠한지.
오늘 무슨 날이여???!!!


월요일이지만
오늘이야말로 술 땡기는 날.

CU에 들러
요즘 핫하다는 맛소금 팝콘과 제주맥주 시리즈를 집어 들었다.



나는 맛소금을 애정한다.
미원 범벅이라고
우리 집에 온 엄마에게 퇴출당할 뻔도 하였지만
끝내 지켰던 나의 계란후라이 메이트 맛소금.

소금은 한 서너 종류 구비해서 쓰는데
이 요리엔 꼭 이게 들어가야 맛이 난다 ~ 하는 것이 있다.
계란후라이나
원물에 소금 후추 정도 치고 간단히 볶을 땐
맛소금만 한 게 없다.

그리고 팝콘에도 맛소금이 최고라는 사실을
오늘에야 깨달았다.
아, 미원 만세. 씨유 만세.

편의점 팝콘이 많이 진화한 줄은 알고 있었는데
세상 세상 막 구워낸 팝콘처럼 뽀송뽀송하고
입에 넣으면 폭신폭신한 그 식감을 기가 막히게 살렸다.

내가 느끼기에 기계 팝콘과 봉지 팝콘의 차이는
씹고 난 뒤에 남는 옥수수알 껍질이었다.
왠지 모르게 봉지 팝콘은 좀 그게 거칠고 딱딱해서
삼키지 못하고 뱉게 되는데
맛소금 팝콘은 그게 없네??

약간 짭짤하게 먹는 것을 좋아하는
(하지만 슴슴한 맛도 사랑하는)
나에겐 일반 과자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은 적당한 간이었다.
맛소금이라는 제품명 때문에
나처럼 짤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겠지. ㅋㅋ

맥주 안주로 너무 좋았다.


의외로 성산일출봉 맥주가 살짝 실망스러웠다.
에일맥주라 하면
밀 특유의 구수함이나
씁쓸함 또는 깊이
또는 향긋함을 기대하는 것인데
그 모든 면에서 밍숭맹숭한 느낌이었달까.

블랑, 강서 맥주를 따라잡을 수 없었지.

곰표 맥주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저번 주 나 혼자 산다에서 한지혜가 들고 나와
방송 타신 귀하신 몸, 구하기가 어렵다.
강서 맥주 만든 세븐브로이에서 제조했다 해서 더 궁금하다.
언젠가 먹고 또 리뷰 남겨야지.



먹는 거 디지게 좋아하는 친구들.
친구도 소맥에 호박전 닭꼬치 달리고 있었다.
엊그제 만나 살 안 빠진다고 성토했던 거 같은데..
맛있는 건 공유하믄 더 행복하니깐.

맛소금 팝콘 뒤에도 뭐또 뭐
냉장고 털어 주워 먹었다는 건
안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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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끼적거림

망친 빵을 씹으며. 무심무심.

블루스타킹♪2020. 10. 21. 11:23


어제부텀 계속 부아가 나 있다.
대단스런 일은 없고
미주알고주알 늘어놓기도 그런 사소한 것에
차곡차곡 짜증이 쌓이더니 이지경이다.

가까운 사람들이 툭 던지는 무심함엔 기분이 상한다.

 


이를테면

나 불편해. 기분이 좋지 않아.
라는 말을 무시당하는 무심함.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개인 근황에 대해

상대가 물어 어쩔 수 없이
가볍게 이야기하면
선을 넘는 충고로 돌아오는 무심.

無心
생각하는 마음이 없음.
없는 마음을 거기 있을 거라 기대하며 마음이 상함.



며칠째 잠을 잘 못 잤다.
유튜브, 영상편집, 사진 촬영을 공부해야 하는데
일견 지식이 1도 없는 분야라
뭐를 보고 공부해야 하는지 아는 데만도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린다.

눈앞에 놓인 과제라는 것이

계획 세우기도 난감하고
공부도 오래 걸리고
어렵게 느껴지는 분야라
여간 스트레스받는 것이 아니다.


그리하여 멈추지 못하는

나의 병은 도지고, 도져서
밤늦은 시간까지 토끼눈이 되어
고민하다, 공부하다 잠이 든다.

몸과 마음에 여유가

가을바람맞은 낙엽처럼

우수수

빠져나가는 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으니
단 것만 당긴다.


오늘 아침에 먹을
식빵과 크로와상 냉동생지를
어젯밤 해동 및 발효시켜야 했는데
짜증에 치여 냉장 발효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식탁 위에 둔 반죽이

술빵처럼 부풀어 있었고
혹시나 해서 구워봤더니 역시나

푹 삭힌 이스트 냄새가 폴폴 나는
식빵인지 크로와상인지
난 모르겠고 그냥 밀가루를 구워 익힌
ㅂ방같은 존재가 되었는데.

나도 너에게 굉장히 무심했구나 싶어
커피와 함께 씹어 삼키면서
베어 먹어 비어진 빵의 자리를 본다.
무심함을 먹는다.
무심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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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끼적거림

한밤중의 쿠킹

블루스타킹♪2020. 10. 16. 17:24


오늘는 기필코 퇴근하고 암것두 안하고 쉴꺼야 !
라고 다짐을 하고 들어왔건만
왜이리 잡다구리 할일이 많은지.

정말 집안일은 끝이없다 ㅠ
오빠가 청소설거지까지 다 해주었는데도
쌓여있는 빨래, 널려있는 물건들이 눈에 보이니 말이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아 이제 좀 쉬어볼까,
인터넷 고장으로 넷플릭스는 못보겠고
테넷때문에 다시보고 싶어 다운받은 메멘토를 틀어본다.

입이 심심한게 과자 먹고 싶어.

아... 오빠 지금 시간이 12시 다 되어간다 ㅠ
그래두 먹고싶어?
응 !


저녁에 밥과 맥주까지 마셔놓고 ㅋㅋ
좋아 음주 쿠킹이다 !!

쿠키를 만드는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처음은 믹스로 도전 했었다.
사진을 찍어뒀을텐데... 뒤적뒤적..



달콤한 초코칩쿠키
모양도 크기도 엉망이지만
오 되네 !!
자신감이 붙었지.
만들기 편하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설탕을 덜 넣어 당도를 조절했음해도 내 입맛엔 많이 달았다.

담백한 쿠키가 먹고싶다.

식빵 생지, 크로와상 생지를 주문하면서
기본 쿠키믹스를 찾아보았다.
그러다 베이커 블로그 들을 들어가 보게 되었고
생각보다 들어가는 재료가 복잡하지 않아
한번 만들어볼까 !! 까지 이르렀다
재료만 사두고 귀차니즘 덕에
식탁 한쪽 구석에 쌓아놓았다.

드디어 개시를 해보는구나.
맥주에 알딸딸 취해
재료를 순서대로 섞고 반죽을 만든다음 냉장고에 휴지 시킨다.
과자를 무척 좋아해서 박스로 사다놓고 먹는 우리.
이제 먹다먹다 과자를 직접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남자친구 눈에는 기대감이 가득하다.




오밤중에 쿠킹시켰으니까
와서 눈코입 찍어
ㅋㅋㅋㅋ
내가 모양틀로 토끼곰돌이를 찍고,
오빠는 옆에서 눈코입 도장을 찍고,
가슴에 아몬드 하나쯤 품는거니까
팔모양도 잡아보고.
다 찍고보니깐 얼굴하나 돌아간 아이 발견.
으구 ㅋㅋㅋ 면박을 주려다 웃겨서 참았다.



남은 반죽은 동그랗게 말아 1cm 두께로 숭덩숭덩 썰어 또 구워 먹었다.



조금씩 부풀어가는 반죽.
요거 볼때가 과정중 제일 재밌는 시간이다.



170도에 17-20분 굽고 색깔이 나면 뺀다.
굽고 나니 아이들이 사알짝 통통해졌다.

으 귀여워 ㅋㅋㅋㅋㅋ
만들어달라해놓고 귀여우니까 막 못집어먹는 남친이 더 귀여웠다. ㅋㅋㅋ
한 입 베어물면 버터향 폭탄이 터지는 바닐라 쿠키 완성 !
만들고 난 다음날인 오늘 홍차 ☕랑 같이 먹었는데
궁합이 너무 좋다❤



🍪 한밤중에 만든 바닐라쿠키 레시피 🍪

*재료*

버터 130g
슈가파우더 105g
소금 한꼬집
달걀 1개
박력분 240g
아몬드가루 50g
바닐라 익스트랙 1티스푼


실온버터에 슈가파우더 소금 한꼬집 섞섞
실온 달걀하나 넣고 섞
박력분 아몬드가루 바닐라 익스트랙 넣고
주걱으로 섞
지퍼락 비닐에 반죽을 넣고 밀대로 넓게 편다.
1cm 두께로 하니까 수제쿠키스럽, 먹음직스럽.
냉장고에 1시간 휴지

단단한 반죽 컷팅해서 종이호일 깐 쿠킹판에 올리기
오븐은 170도 예열해두고
반죽넣고 17-20분정도 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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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해 끼적거림

완전한 타인, 이주혜『자두』

블루스타킹♪2020. 10. 14. 18:50


이주혜의 소설 자두의 한 장면.
가부장제 안에서 소설 속 주인공이 '우리'안에 속하지 못함을 깨닫는 장면이다.

원래 클라이맥스에는 이렇든 저렇든 감정적 해소를 느끼는 편인데 이 소설에서는 도리어 이 부분에서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함을 느꼈다.


예전에 결혼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친구는 비교적 남녀차별 없는 가정에서 나고 자랐는데
결혼 후 시댁에서 가족상을 차리다 깜짝 놀랐다고 한다.
남자들 상과 여자들 상이 따로였고 남자들부터 식사를 하더라했다.

나는 그 이야길 듣고도 우리 외가 친가도 그러하다며

아직 가부장적인 문화가 남아있는 집들은 그렇다 별스럽지 않은 일이라 말했다.
내 맘은 친구가 부디 가벼이 일을 넘기어 마음이 덜 언짢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사실은 아직 잘 모르겠다.
이렇게 불편하고 불공평한 것들을 입 밖으로 내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나아질지 말이다.
위에 나의 반응은 달라질 것 없으니 적응하자는 체념이 아니었나.
이상하게 결혼만 하면 '우리'에 속하지 못하는 '우리'들이라지.



담장 너머 따먹지 못할 탐스러운 자두였다가
한입 베어 물면 피처럼 뚝뚝 과즙이 흐르는 욕망이었다가
떨어지면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처참해지고 마는,
시큰달큰한 냄새가 저녁 어스름에 몸을 켜켜이 숨기는

그런 자두.


우리 외가댁에도 수십 년 동안 대가족을 먹이고도 남도록 많은 열매를 내어준 자두나무가 있었더랬지.
그래서 더욱 소설 속 이미지와 나의 경험적 이미지가 섞여
어떤 심상을 만들어내었다.

그 고목은 이제 수를 다하고 마르기만 하여서 베어졌는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런 자두나무 몇 생을 돌아야 바뀔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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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타킹

나의 끼적거림이 누군가에겐 피안의 세계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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