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을 끼적거림

퇴근, 헌옷수거함

블루스타킹♪2016. 7. 17. 23:14



퇴근하고 집 앞 대문 앞에서 열쇠를 꽂기 전에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습관이 있다. 혼자 살게 된 후로 자연스레 생긴 버릇이다.  여자가 혼자 대문을 열쇠로 따고 들어갈때 지나가는 남자들 중 너무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눈이 마주쳐도 눈길을 피하지 않고 말그대로 빤.히. 고개가 돌아갈때까지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꽤 있기도 해서 신경이 톡톡히 쓰이는 편이다.

어쨋든 토요일도 어김없이 열쇠를 꽂으며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또한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여자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대문을 손으로 잡고 있었고, 그 여자는 헌옷수거함에 팔이 쑥 들어가 있었다. 눈이 마주친 것이 마치 불에 데인 것마냥 화들짝 놀라 팔을 쑥 빼는 여자를 보고는 나도 왠지 목격한 자체가 죄송한 일인 것처럼 열쇠를 서둘러 돌리고 후루룩 집에 들어왔다.

그 헌옷수거함은 내가 미니멀리즘에 빠지면서 정리한 많은 옷들을 버린 곳이다.

나는 내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그 여자를 상상해봤다. 그 옷을 입고 헌옷을 또 주우러 다니고 무료급식소 같은데서 밥을 먹고, 뒷산에 작은 천막집에서 바람과 밤이슬을 피해 잠이 드는 그녀 모습을.
왠지모를 연대감같은게 느껴진다. 우리는 이 도시에서 때때로 두리번거리고 조심성 많은 길고양이 같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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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끼적거림이 누군가에겐 피안의 세계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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